밝고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인 신모(26)씨는 가끔씩 심하게 우울해지는, 익숙지 않은 자신의 모습 때문에 걱정이다. 평소와 달리 신경질이 많아지고 혼자 펑펑 눈물을 쏟으며 울 때도 있다. 이른바 생리통 때문인 줄 알면서도 혹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걸린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날 정도였다. 결국 신씨는 그를 안타깝게 여긴 같은 또래의 직장 동료의 조언을 받아들여 회사에서 가까운 한 대학병원의 산부인과를 찾았다.
한 달에 한 번, 어김없이 나타나는 ‘마법’에 휘둘려 고통을 받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바로 생리전증후군(PMS) 환자들이다. 심한 경우 신씨처럼 우울증에 빠져 두문불출하는 여성들도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주기적으로 겪어야 하는 남모를 정신적, 육체적 고통, 생리전증후군 퇴치법에 대해 알아본다.
◇전체 가임기 여성의 약 70%가 경험=생리전증후군이란 보통 월경이 시작되기 4∼10일 전부터 유방통, 몸이 붓는 느낌, 두통, 식욕감퇴, 집중력저하, 기분의 변동, 우울감, 정서불안, 신경질 등과 같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을 통틀어 일컫는 의학용어다.
전체 가임기 여성의 70% 정도가 적어도 한 번 이상 생리전증후군을 경험하며, 주로 20∼30대 여성에게 나타난다. 이 중 약 20%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는 보고도 있다.
의학계는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 아직도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월경 주기 때 체내 호르몬 균형에 변화가 오기 때문이 아닌지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월경을 하기 전 여성의 몸에선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줄어들고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늘어난다.
한양대구리병원 산부인과 이정한 교수는 “증상의 경중 정도도 사람에 따라 달라서 증상이 거의 없는 사람에서부터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아주 심한 사람까지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치료약 부작용 줄이려면 전문의 상담 필수=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할까. 크게 약물 요법과 비(非)약물 요법이 있다. 정확한 발병원인을 모르고 증상도 다양한 만큼 특효약은 없다. 따라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그 경중에 따라 최선의 처방을 찾는 게 요령이다. 이에 따라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은 크게 두 가지다. 바로 항우울제 등 정신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과 경구용 피임제 등 여성 호르몬제다.
복용하는 방법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매일 약을 복용하는 방법과 배란 이후부터 생리 직전까지만 간헐적으로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역시 개인차가 심해 산부인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최적의 개인 맞춤 처방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장기 복용 시 부작용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순 식물 성분이라 장기 복용을 해도 부작용 부담이 덜한 프리페민정(종근당) 등 생약제제가 여성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루 한 번, 한 알씩 먹는 프리페민정은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사철 푸른 관목 순비기나무의 일종인 ‘아그누스카스투스’ 열매 추출물로 만든 약이다.
◇본인 스스로가 관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물론 생리전증후군을 효과적으로 퇴치하기 위해선 이런 약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월경 주기 때 나타나는 이상 증상을 체크하고, 본인 스스로 그 증상을 관리하려는 자세도 중요하다.
일상생활 중 빨리 걷기 등의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습관을 들이고 카페인, 알코올, 당분, 염분, 첨가물이 많이 든 음식물 섭취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저지방 식품과 채소, 비타민 B·C·E와 칼슘 함유 식품을 자주 먹는 게 좋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한승수 교수는 “남편이나 상사,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들도 ‘그날인가 봐!’라는 식으로 비꼬거나 아는 척하는 대신 스트레스가 가중되지 않도록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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