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
2016-07-12
'신고앱' 등장 때문, 담당 공무원 업무 증가에 '비명'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단속 건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얌체 주차 차량을 촬영해 신고하는 '공익신고'가 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덕분에 과태료 부과업무를 혼자 담당하는 시군구 공무원은 밀려드는 업무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 "남들 다 지키는데 넌 뭐야?"…얌체 주차족 응징하는 시민들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49) 씨는 최근 자신의 아파트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한 차량을 행자부의 '생활불편스마트폰 신고' 애플리케이션으로 촬영해 신고했다.
장애인들만 이용하는 전용주차구역이라고 표시가 돼 있는데도 늘 이곳에 차를 대는 얌체 주민을 보고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다른 주민은 다 일반 구역에 차를 대는데 그 사람만 버젓이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을 자기 공간인 것처럼 이용하고 있었다"면서 "가끔 장애인인 아버지가 찾아오시는데 그때마다 좁은 일반 구역에 차를 주차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스마트폰 신고 등으로 최근 3년간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위반단속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수원시는 2013년 3천315건이던 것이 2014년 5천94건, 2015년 7천787건으로 늘었다. 올해에도 5월 말 현재 4천489건으로 벌써 지난해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단속 건수가 늘면서 과태료(10만원) 부과도 급증하고 있다.
신고 사진에 주차위반 차량의 번호판이 없거나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안내표시가 포함되지 않는 등 결격사유가 있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고 건수의 20%가량이 이런 이유로 과태료 부과를 면한다.
수원시의 최근 3년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주차 과태료 부과 현황을 보면 2013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총 1만5천642건, 14억6천200만원에 이른다.
2013년 1천953건(1억8천300만원)에서 2014년 3천864건(3억5천900만원)으로 부과액이 한배 가까이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5천670건(5억7천500만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5월 말까지 4천155건(3억4천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한 해 1만 건의 과태료가 부과될 것으로 수원시는 전망했다.
용인시도 2013년 2천186건, 2014년 5천195건, 2015년 7천381건, 올들어 6월 말 현재 지난해에 수준에 육박하는 6천247건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런 과태료 부과 건수 증가는 다른 시군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2015년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성남시 역시 2012년 1천526건에서 해마다 증가해 2014년 4천92건을 기록했고, 고양시도 2012년 1천786건, 2013년 5천247건, 2014년 6천643건으로 증가세다.
수원시 장애인 복지과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생활불편스마트폰 신고' 앱으로 신고하는 주민이 엄청나게 증가해 단속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생활불편스마트폰신고 앱은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각 이동통신사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 과태료 부과 연평균 172% 증가…담당 공무원 '헉헉'
과태료 부과 건수가 늘면서 담당 공무원의 업무도 급증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위반 과태료 부과는 시군구에서 보통 공무원 한 명이 담당한다. 다른 장애인 복지 관련 업무까지 병행한다.
이러다 보니 담당 공무원들은 과중한 업무는 물론 민원인의 항의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많은 지역일수록 스트레스는 더하다.
4개 구청이 있는 수원시의 과태료 부과 건수는 최근 연평균 172% 증가했다.
각 구청 중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많은 영통구의 지난해 과태료 부과 건수는 2천436건으로, 장안구 810건, 권선구 1천367건, 팔달구 1천57건보다 월등히 많았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위반 과태료 업무를 4개월째 맡은 영통구청 4년차 공무원 A씨는 "과태료 부과 건수가 워낙 많아 평일 야근은 물론 주말에도 나와 일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하루에 보통 30건가량 과태료 부과업무를 처리하는데, 차량 번호가 흐리게 촬영되면 차적조회를 하면서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한다"면서 "단순업무지만 일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단속에 걸린 민원인이 주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A씨는 "전화를 걸어와 욕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됐고, 구청까지 찾아와 항의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보다 민원인을 대하는 게 더 힘들다"며 "가끔 빨리 와서 단속하라고 하는 민원인이 있으면 직접 현장에 나가 단속까지 해야 한다. 이러면 퇴근이 점점 늦어진다"고 하소연했다.
◇ "행정망 통합이라도 되면 일이 절반으로 줄 텐데"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위반 업무가 급증하면서 수원시가 효율적인 업무시스템 마련을 고민하고 나섰다.
시는 시민이 신고한 내용을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관련 부처 행정전산망 통합 조회 시스템 구축을 복지부에 요구했다.
스마트폰앱 신고가 접수되면 구청 담당 공무원이 행자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 행정망 서너 곳에 따로따로 접속해 위반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1건당 빠르면 20∼30분, 늦으면 한 시간도 걸린다.
한 개 사이트에서 신고 접수부터 차적조회, 과태료 발급까지 통합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면 담당공무원의 업무가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수원시는 올해 3천500만원을 들여 자체적으로 업무통합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복지부가 업무통합을 위한 시군 실태조사를 하고 있어 그 결과를 지켜본 뒤 독자 시스템 개발을 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더욱 세부적인 장애인주차구역 위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원시 한 공무원은 "차량 바퀴가 주차구역을 얼마나 넘어가면 단속이 되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똑같은 사안에 대해 구청마다 단속기준이 왜 다르냐는 항의전화를 받고 있다"고 했다.
hedgeho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7/12 06:37 송고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