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임산부 전용 주차장 늘리겠다지만…


등록일 2020-02-01
정보제공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강다현 인턴기자 = 올들어 임산부 운전자가 서울 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하기 쉬워졌다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9일 임산부 전용 주차 구역의 이용 기간을 16개월 미만에서 72개월 미만으로 늘렸다.


'임산부 전용주차구역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아이가 만 6세가 될 때까지 임산부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 차량 앞유리에 붙일 수 있는 '임산부 주차 표지'도 지급한다.


서울시는 상반기 중 일부 공영주차장에 마련된 임산부 주차 면수를 약 10%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임산부 주차 표지를 부착하지 않은 차량이 임산부 전용 주차 구역을 이용해도 과태료나 벌점 부과 등 제재할 방법은 없다는게 문제다.


직장인 박모(37)씨는 "입구와도 가깝고, 공간도 넓어서 임산부 주차구역을 이용한 적이 있다"며 "가뜩이나 주차 공간은 부족한데 빈 곳을 그냥 두는 것도 비효율적이지 않느냐. 지하철에 마련된 임산부 좌석도 사람이 붐비면 누구나 다 앉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신 6개월이라는 A(31·서울 성북구)씨는 "임산부 전용 주차장을 매번 찾지만 대부분 자리가 없어서 주차하기가 힘들다"라며 "이제는 임산부 주차장을 찾는 것은 아예 포기하고 일반 주차장에 대고 있다"라고 말했다.


몸이 무거운 임산부가 일반 주차장에서 타고 내리는 일은 고역이다.


최근 딸아이를 출산한 김혜리(43)씨는 "비좁은 공간으로 만삭이 된 배를 안고 내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거의 매번 벽이나 옆에 주차된 차에 배가 쓸리곤 했다"라고 말했다.


서울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의 폭은 장애인 주차구역과 마찬가지로 3.3m 이상인 반면 일반 주차구역은 이보다 80cm 좁다.


임산부 주차구역이 마련된 곳이 일부 공용주차장 뿐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서울시는 작년 8월 이후 주차대수 30대 이상인 공영주차장과 공공시설 부설주차장 101곳에 임산부 주차장 328면을 설치했지만 민간 주차장에는 임산부 주차구역을 설치하라고 권고하는 데 그쳤다.


서울시 주차계획과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설 주차장이나 아파트 단지 등 민간 구역에 대한 설치를 강제하기는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독려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공영주차장을 제외하고는 임산부 주차 구역 설치가 의무가 아니다 보니 규격이나 이를 나타내는 픽토그램(pictogram·그림문자)도 제각각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상에는 주차장마다 다른 임산부 표지 탓에 의미를 알기 힘들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주차장 바닥에 (있는 표시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몰랐다. (관리인에게 물어본 뒤에야) 임산부 주차구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아이디 '**방스')는 글이 있었다.


경기도 파주에 일터가 있다는 서울 시민 추모(36)씨도 "장애인 주차구역의 경우 어딜 가든 똑같기 때문에 이를 알아볼 수 있는데 임산부 주차장은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라며 "대형 마트에 따라서도 달라 주차 요원에게 문의해 임산부 주차구역인지 알게 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 웰페이퍼앤시니어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도로의 교통 표지판처럼 누구든 그림만 보더라도 그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통일시킬 필요가 있는데 임산부 주차구역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주차계획과 관계자는 "픽토그램과 규격이 각각 다른지는 인지하지 못했다"며 "혼란이 있다면 시정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임산부 주차장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차를 대놓는 경우도 많은만큼 (장애인 주차구역처럼) 간판을 세우고 조명을 만드는 등 눈에 잘 띄도록 해둘 필요가 있다"며 "지하철 임산부석이 꾸준한 홍보와 함께 좌석 색깔을 다르게 만들고 인형을 두는 등 일반 좌석과 차별화하는 작업을 통해 어느 정도 정착이 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shlamazel@yna.co.kr


rkdekgus19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02/01 08:00 송고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