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에 사는 신모(68) 씨는 알코올 중독자인 아들(44)과 함께 지내면서 10년 넘게 물건을 던지는 위협과 폭언에 시달렸다. 지난 1일 신 씨는 아들의 난폭한 행동에 급하게 집에서 뛰쳐나왔다. 신고를 접수한 경남노인보호전문기관은 신 씨를 쉼터에 입소시켰다.
창녕 모 공원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이모(68) 씨는 가족과 함께 27년의 이민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사업 실패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자녀들은 부양을 거부하며 이 씨를 방임하고 있다. 경남노인보호전문기관은 후원금을 활용해 오랜 노숙생활로 병든 이 씨를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하고 있다. 또 관할지역 주민센터와 연계해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다.
김해시에 사는 한모(74) 씨는 뇌병변 장애인으로 부인은 심장투석 중이다. 아들이 운영하던 식당이 망하고 살림이 어렵게 되자 며느리가 한 씨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1억 원을 가지고 집을 나갔다. 아파트는 한 씨의 전 재산이었다. 연락이 두절된 며느리가 5월 중순 아들과 이혼하겠다며 이혼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자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학대를 받고 있다고 신고하는 노인이 해마다 늘고 있다. 5일 경남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노인 상담 건수는 지난해 730명으로 한 해 전인 2009년의 587명 보다 20%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학대 신고는 2009년 151건에서 지난해 172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만해도 5월까지 70건의 학대 사례가 신고됐다.
지난해 접수된 노인학대 가해자 172명 가운데 아들이 92명으로 50% 이상을 차지했고 딸·배우자·며느리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정서적 학대가 145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64건)·경제적(25건) 학대·방임(22건)이 뒤를 이었다.
경남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학대 받는 노인이 늘고 있지만 숨기려고 애쓰는 어르신들이 많아 실제는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욕설을 퍼부어 인터넷에서 누리꾼의 뭇매를 맞은 이른바 '지하철 막말남' 사건도 엄연히 노인학대"라며 "신체적 학대 못지 않게 언어적·정서적 학대도 심각하다"고 했다.
경남노인보호전문기관은 보건복지부와 경남도로부터 지정(제2008-1호)받아 도내 노인학대예방사업을 하고 있는 기관이다. 노인학대 신고·상담(1577-1389) 등을 통해 직접 개입해 학대받는 노인을 위한 상담과 치료 등 각종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기사는 디지털뉴스 저작권신탁관리기관인 한국언론재단이 정하는 기준과 방법에 따라 이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