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최동원, 장효조 그들을 쓰러뜨린 암
ㆍ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
2011년 9월, 600만 관중 동원이라는 경사를 맞이한 한국 프로야구계는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하게 된다. 한국 야구계의 전설인 ‘영원한 타격왕’ 장효조와 ‘무쇠팔’ 최동원. 이 두 거물급 스타가 일주일 간격으로 잇따라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장효조 삼성 전 2군감독은 향년 55세로, 최동원 한화 전 2군감독은 53세로 아까운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다. 두 야구계 스타가 일찍 우리 곁을 떠난 것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 암 때문이다. 장 전 감독은 위암으로, 최 전 감독은 대장암으로 눈을 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암은 대부분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없다. 장 전 감독의 경우 올해 7월에 체중 감소 등의 증상으로 정밀 검진을 통해 전이성 위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최 전 감독은 2007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치료 후 2009년에 야구계로 복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0년부터 병세가 나빠져 요양 중 타계하고 말았다.
운동은 암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운동을 많이 하고 체력과 건강에 자신이 있는 운동선수들에게도 암이 발생한다. 이는 운동만으로는 암을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신의 건강을 자만하면 암은 그 틈을 더 교묘하게 파고 든다.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위암과 대장암 등 모든 암은 조기 검진을 통해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위 내시경의 경우는 40세부터 권장되고 있다. 특히 암의 전단계인 전암성 병변이나 초기 위암의 일부는 내시경점막하절제술(ESD)로 개복수술 대신 간단히 완치시킬 수 있다.
대장암의 경우에도 대장 내시경으로 용종과 전암성 병변 등을 조기에 발견하여 제거하면 사망하는 일은 거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은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만약 전암성 병변이 있었던 환자는 그 주기가 짧아짐은 물론이다.
중앙암등록본부의 2011년도 우리나라 암 발생자 예측치 연구를 보면 남자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위암이고, 그 다음이 대장암이다. 대장암의 경우 그 발생빈도가 10년 전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조시 부시 대통령은 임기 중 대장의 용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임기 중에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해마다 늘어나는 암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여 완치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 캠페인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관심과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암예방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암 정기진단은 국민건강의 안전벨트다.
더욱이 암환자의 치료에 들어가는 의료비용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은 실로 막대하다. 국가 경제라는 측면에서도 암예방 사업과 조기 진단·치료가 더욱 이로운 것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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