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서·임대인 보증서 요구 등 조건 까다로워
은행 측 “재정 건전성 위해 안정적인 잣대 불가피”
#1. 이모(28·창원시 의창구 신월동) 씨는 취업 때문에 최근 부산에서 창원으로 이사 왔다. 집을 구하기 위해 알아봤지만 도내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금으로는 부족했다. 직장 동료로부터 국민주택기금에서 저소득 근로자를 위해 4%의 금리로 대출해준다는 소식을 들은 이 씨는 국민주택기금을 알아봤다. 하지만 까다로운 대출 자격조건 중 자신에 해당하는 항목이 없어 결국 대출신청을 포기했다.
#2.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34·마산회원구 합성동) 씨는 홀어머니·남동생과 함께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의 빌라에 살고 있다. 월급 대비 월세 부담이 너무 커 김 씨는 4% 금리의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봤다. 은행에선 김 씨가 연소득이 2000만 원 안팎이라 영세민 증명을 받아오라고 했다. 하지만 김 씨 가족은 영세민 조건에는 해당이 안 됐고, 김 씨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국민주택기금과 은행권에서 운영하는 전세자금 대출의 문턱이 높아 일반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주택기금에서 서민 전세자금대출과 근로자 전세자금대출이 정하고 있는 자격조건은 60세 이상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근로자이거나 예비 신혼부부로 그 자격이 한정된다. 또 만 20세 미만의 형제·자매로 구성된 세대의 세대주여야 하고, 35세 이상 무주택자라야 자격이 부여된다.
하지만 실제로 대출을 받기 위해선 더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일단 전세계약서가 있어야 하는데 전세금이 없어 계약을 못 하고 있는 서민에게 계약서와 임대인의 보증서까지 요구하니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각 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는 전세자금 대출상품들을 살펴봤지만, 이마저도 신용등급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다른 차입금이 있는 경우엔 대출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도내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지원 대출이지만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은행 재정 건전성을 위해 위험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게 사실이다”며 “전세자금 대출 기준을 은행권에서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어 안정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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