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말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을 하기 위해서는 입술과 턱, 혀, 후두(喉頭) 등 조음기관의 근육이 모두 동원돼 매우 복잡하게 움직여야만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 과학자들은 이처럼 여러 기관이 복잡하게 협응해 `언어 운동 조절'이 일어나게 되는 뇌 활동 패턴을 찾아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NBC 뉴스가 20일 보도했다.
연구진은 뇌에 전극을 부착한 환자 3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영어 음절을 발음할 때 근육운동을 조절하는 감각운동피질의 어느 부위에서 전기적 활동이 일어나는지 관찰한 결과 아주 작은 운동에 의해 아주 다양한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학자들은 첨단 `상태 공간 분석' 기법을 이용해 사람이 말할 때 언어와 관련된 감각운동피질에서 일어나는 신경활동의 공간 및 시간 패턴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이 영역에는 혀와 턱, 후두, 입술을 순식간에 마치 교향악처럼 지휘하는 계층적·순환적 구조가 있어 놀랄 만큼 정교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한 부위에서 활동이 일어나면 입술이나 혀가 움직이고 이어 다른 부위가 작동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람의 뇌 활동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각 악기가 특정음을 내고 이들 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전체적인 교향악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런 뇌활 동은 막힘 없이 말을 하기 위해 여러 발성기관의 복잡한 협응을 아주 단순하게 만드는 피질의 전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찰 대상 환자들은 수술 외의 방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심한 간질 환자들이다. 이들의 수술 성공 여부는 뇌의 어느 부위에서 이상 활동이 일어나는지, 즉 어느 부위를 제거해야 할지 보여주는 뇌파 지도의 정확도에 달려 있다.
이런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두개골 밑 뇌의 바깥쪽 표면, 즉 피질에 전극을 이식해 수술하기까지 1주일 간 관찰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환자들에게 영어 단어의 음절들을 읽도록 한 뒤 전기적 활동을 기록했다.
그 결과 뇌의 각기 다른 발성 영역을 보여주는 지도는 성대의 구조를 반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또 다른 영장류에는 없는 후두를 관장하는 영역도 처음 발견했으며 이 영역이 사람만의 독특한 언어 능력을 갖게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연구에서도 뇌의 한 지점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는 말소리를 내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 연구는 사람이 말을 하기 위해선 여러 다른 뉴런의 협력 활동이 필요함을 확인해 준 것이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인공 언어 소통이나 언어장애 치료를 위한 컴퓨터-뇌 접속기 개발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2/21 11:2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