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ㆍ공휴일 응급상황서 목숨 잃는 일 줄어들까


등록일 2013-05-30
정보제공처 연합뉴스



병원에서 이송되고 있는 환자와 의료진들 모습.(자료사진)
병원에서 이송되고 있는 환자와 의료진들 모습.(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김경윤 기자 = 지난 2010년 11월 21일. 대구에서는 불행한 일이 벌어졌다. 네 살배기 여자아이가 어이없는 일로 목숨을 잃은 것.

당시 이 여아는 '장 중첩증'을 앓았다. 망원경을 접을 때처럼 장의 한 부분이 장의 안쪽(내강)으로 말려 들어간 질환으로, 신속하게 간단히 수술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여아의 부모는 복통에 시달리는 아이를 데리고 밤새 대구시내 5개 병원 응급실을 찾아다녀야 했고, 어느 곳에서도 응급 수술을 받지 못했다. 결국, 이 여아는 대구와는 동떨어진 구미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허술한 지역 응급의료의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준 이 사건으로 전국은 떠들썩했다.

보건당국이 소방방재청, 각 지자체 등과 함께 이런 응급 이송ㆍ치료 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해 각 지역의 골든타임 내 치료 비율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골든타임은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후유증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시간대를 말한다.

응급상황에서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쳐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줄어들 수 있을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응급의료의 대표 지표인 3대 중증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안 최종 치료기관 도착 비율은 전국 평균 48.6%에 그친다. 목숨의 경각을 다투는 중증환자 10명 중 5명이 골든타임에 최종 치료기관까지 도착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3대 중증질환은 중증외상(교통사고 등), 급성 심혈관질환(심장질환), 허혈성 뇌졸중(뇌질환) 등이며 각 질환의 골든타임은 1시간, 2시간, 3시간이다.

이와 관련, 29일 서울 계동 복지부 대회의실에는 복지부 주도 아래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보건책임자와 소방본부장 등 응급의료정책 담당자들이 모여 지역의 응급의료 문제점을 검토하고 협업을 강화하는 토론 자리를 처음으로 가졌다.

복지부는 이 행사에서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춰 각 지자체의 협조를 당부했다.

하나는 응급상황에서 중요한 응급의료기관 간 의사소통 문제. 그간 119와 병원 응급실 사이에는 서로 불만이 많았다.


자료사진병원은 119가 가벼운 찰과상 환자도 응급실로 데려온다고 항의하고, 119는 병원 측이 병상이 찼다며 환자를 거부한다고 각을 세웠다. 복지부는 응급의료 관련기관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지역응급의료위원회를 활성화하도록 각 지자체에 주문했다.

또 하나는 응급수술 순환당직제를 도입하는 문제다.

우리나라는 평일과 주말 낮, 밤에 응급의료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 다르다. 심지어 토요일 아침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응급실에서 치료를 못 받고 다음 주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마저 벌어진다.

복지부는 이를 개선하고자 각 지역의 병원 응급실이 당번을 정해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올 하반기부터 대구시와 경기도를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해 지역실정에 맞는 응급의료계획을 수립,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야간과 공휴일에 발생한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2010년 장중첩 여아 사망사건 이후 대구시는 당시 크게 각성해 응급의료협력추진단을 구성, 응급당직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 소아 야간진료는 소아과 전문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레지던트가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전문의가 밤늦게까지 진료를 보는 의료기관 1곳을 운영했고 올해부터는 2곳으로 확대했다.

경기도는 도 지역 전체를 동서남북으로 나눠서 119와 응급의료기관 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각각의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당번을 정해 응급의료취약 지역도 신속한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 두 지역의 응급의료체계를 본보기로 삼아 다른 시ㆍ도가 활용할 수 있도록 보급할 방침이다.

복지부 현수엽 응급의료과장은 "앞으로 주기적으로 각 시도의 응급의료체계 개선사항을 확인해 살릴 수 있는 중증환자가 숨지는 일이 줄어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29 16:2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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