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형제살해 1년, 여전한 층간소음


등록일 2014-02-03
정보제공처 뉴스와이즈



다세대 주택에 사는 A씨는 이번 설날에 윗집과 얼굴을 붉혔다. 평소 윗집에는 노인들만 살아 시끄러울 일이 없는데 명절을 맞이해 윗집을 찾은 아이들이 쿵쾅거리며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윗집 식구들이 모이는 일이 1년에 몇 번 되지 않아 그동안 그냥 넘어갔지만 유독 몸이 안 좋았던 A씨가 시간 정도 참다가 윗집에 올라가 “아이들 조금만 자제시켜 달라”고 하자 “명절이라고 모였는데 이해 못 해주느냐”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A씨는 “아예 소리 내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자제해 달라는 것인데 명절이면 공공예절 무시하고 살아도 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2월 설 연휴에 층간소음으로 인한 다툼 끝에 30대 형제 2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됐지만 층간소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는 층간소음 민원 접수를 확대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2012년 7021건이었던 콜센터 상담은 지난해 1만5455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2012년에는 3월부터 운영했고, 지난해에는 운영지역이 확대된 점을 감안해도 눈에 띄는 증가다. 공단에서는 늘어나는 층간소음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경기·인천 지역만 대상으로 하던 이웃사이센터에 지난해 10월부터 부산, 대구, 울산 등 5개 광역시를 추가했다.

이웃사이센터에서는 현장진단 민원에 대해서는 직접 민원인의 집으로 가서 층간소음 정도를 측정하고 분쟁 당사자 사이에서 조정을 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5100건의 현장진단 민원이 접수됐으며 하루 평균 20건 수준이다.

정부가 층간소음 대응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갈등이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9일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김모(46)씨가 윗집에서 내는 소음 때문에 설을 쇠러 온 윗집의 30대 아들 2명과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같은 해 5월에는 인천 부평구의 한 다가구주택 주인 임모(73)씨가 층간소음 갈등 끝에 1층 세입자에게 도끼를 휘두르고 불을 질러 세입자의 딸과 남자친구가 숨졌다.

층간소음의 원인이 되는 행동은 어쩔 수 없는 소음인 경우보다 노력하면 줄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웃사이센터가 현장진단 민원을 분석한 결과 소음 원인의 73%가 ‘아이들이 뛰거나 걷는 소리’였다. 이어 망치질(4.5%), 가구 끄는 등의 행위(2.6%), 가전제품 작동(2.3%), 악기(2%) 순이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층간소음 분쟁 자율해결 아파트를 운영하는 등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분쟁 당사자 간 조정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조정을 한 뒤 민원인으로부터 ‘이제 괜찮다’는 말을 듣고 종결을 지어도 1∼2주 후나 몇 달 뒤에 다시 ‘못 참겠다’고 다시 민원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층간소음 해결법보다는 복수하는 방법이 쉽게 검색된다. ‘스피커를 천장에 대고 소리를 크게 해라’, ‘환풍구를 통해 담배연기를 올려보내라’는 등 악의적인 방법들이 넘쳐나고, 복수방법을 묻는 글도 부지기수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개정된 주택법에 따라 허용할 수 있는 층간소음의 구체적인 기준을 공동부령(令)으로 제정하기로 하고 협의를 벌이고 있다. 각종 생활소음을 층간소음으로 규정하고 허용 한계치를 데시벨(㏈) 단위의 구체적인 수치로 정할 예정이다. 마련된 기준은 환경분쟁조정위원회나 법원 등에서 진행되는 각종 분쟁 조정에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한 번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작은 소음에도 일이 커질 수 있고 조정도 잘 안 된다”며 “애초에 분쟁 조정까지 가기 전에 해결하거나 분쟁이 나지 않게 평소 이웃 간 교류를 활발히 해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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