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달라지는 이주민·다문화 정책…농가당 고용인원, 최대 9명에서 12명으로
다문화 자녀엔 고민 상담·진로 컨설팅…"학력격차 줄일 것"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그래도 내년 농사는 좀 낫지 않을까요?"
충북 진천군에서 8년째 딸기 농장을 운영하는 이모(65) 씨는 최근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인력 수급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딸기 비닐하우스 30개 동을 함께 꾸려가던 외국인 근로자 10여 명이 모두 출국했지만, 새 일손을 구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아들과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농사를 마쳤다"며 "내년부터는 외국인 인력 신청도 수시로 할 수 있고 규모도 커진다고 하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구인난을 겪는 농가를 위해 정부가 내년부터 외국인 계절근로 제도를 상시화하고, 농가당 고용 인원도 늘리기로 했다. 인권 논란을 불러왔던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학습권 보장도 강화된다.
이처럼 2022년 달라지는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 관련 정책을 살펴본다.
◇ 계절근로자 상시 모집한다…근로 적용 대상도 확대
법무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농어촌에서 일할 수 있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연중 계속 모집할 수 있도록 상시화한다. 농가당 고용 허용 인원도 기존 최대 9명에서 12명으로 확대한다.
계절근로 제도는 농번기 등 분주한 시기에만 운영돼 왔으나, 코로나19로 해외 인력수급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언제라도 인력 확보가 가능하게 한 것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작물 수에 대한 제한도 없앴으며, 1주일 단위의 단기고용도 허용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중 농어촌에서 일할 수 있는 이들의 범위도 늘어난다.
지금까지는 방문동거(F-1) 비자를 받아 입국한 외국인, 기타(G-1) 자격을 가진 특별체류 허가 미얀마인이나 아프가니스탄인, 재입국 단기방문자(C-3-1) 등만 계절 근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어학연수생을 포함한 유학생(D-2), 방문취업(H-2) 비자를 받아 입국한 동포, 문화예술(D-1) 외국인 등까지 농어촌에서 일할 수 있다.
계절근로(E-8) 외국인 가운데 5년간 성실하게 일한 사람은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업 지역에서 이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농축식품부는 농촌 이주노동자를 위한 기숙사 10개소를 시범 건립하고, 이들에게 건강보험료를 지원한다. 해양수산부는 외국인 선원에게 건강보험료 일부를 지원한다.
◇ 미등록 이주아동, 강제출국 걱정 없이 등교한다
앞으로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종사자, 아동복지 전담 공무원 등은 국내에 불법 체류하는 미등록 이주 아동을 발견해도 출입국외국인청 등에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
교육부는 관계 부처와 '미등록 이주 아동 사회적 기본권 보장 방안'을 논의해 내년 상반기 중 이런 내용을 담아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국가·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은 불법체류자 발견 시 출입국관서 등에 알릴 의무가 있으나, 학교와 공공보건의료기관 종사자는 예외적으로 이런 통보 의무가 면제된다.
아울러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이주 아동에게 출생등록번호를 부여해 신분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출생등록제' 도입도 추진된다.
현행법상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은 부모가 미등록 상태이거나 출산 후 귀화한 경우 출생 신고가 불가능하다.
더불어 미등록 이주 아동도 고등학교 입학과 전학, 편입학을 하고, 다문화 가정 자녀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교육과 교육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도 일반아동과 동일한 아동보호·학대 예방 조치가 제공된다. 이들이 학업을 중단했더라도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을 통해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다문화 자녀, 고민 상담하고 진로도 컨설팅
학령기에 들어선 다문화가족 자녀의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 발맞춰 이들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 사업도 확대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앞으로 가족센터 78곳에서 청소년 전문 상담가가 학령기에 들어선 다문화 자녀를 대상으로 이들이 겪는 가정 내 갈등, 학업 고민 등을 상담하고, 진로·취업 컨설팅도 제공한다.
미취학 다문화가족 자녀에게는 읽기, 쓰기 등 기초학습을 제공해 이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다.
우리 사회의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결혼이민자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복지센터 등을 찾아가 다문화 친화 활동을 하는 '다이음 사업'은 그 활동 기간이 기존 5개월에서 10개월로 늘어난다.
여가부 관계자는 "학령기에 들어선 다문화 자녀의 비중은 늘고 있으나, 관련 지원책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특히 고등교육 과정에 접어들수록 다문화 자녀와 선주민 자녀의 학력 격차가 벌어지는 점을 고려해 이 부분을 보완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12/28 0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