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영역 수준별 난이도 차이가 분명히 드러남에 따라 본수능에서는 어려운 B형에서 쉬운 A형으로 넘어가는 수험생이 늘어날 전망이다.
일선 학교에서도 영어 B형 선택에 따른 이점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하위권 학생들에게 A형으로 갈아타도록 권유할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모의평가에서 82.3%에 달한 영어 B형 응시자 가운데 A형으로 옮기는 비율이 얼마나 될지는 9월 모의평가 이전에는 장담하기 어렵다.
6일 교육당국과 학원가에 따르면 지난 5일 시행된 6월 모의평가 영어영역은 AㆍB형 간 난이도 차이가 뚜렷했다.
영어 B형은 지문의 길이가 길고 정치ㆍ경제ㆍ환경 등 다소 전문적 분야에서 문제가 출제됐다. 이에 비해 A형은 EBS 지문을 쉽게 변형 출제한 것이 많았고 주제도 도표ㆍ안내문과 같은 실용문에서 많이 나왔다.
EBS와의 연계율도 A형 73.3%, B형 71.1%로 A형이 다소 높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영어영역 A형과 B형 간에 적정 수준차를 두고 출제하고자 했다"고 밝혔고, 입시업체들 역시 평가원이 AㆍB형 간 난이도 수준을 확실히 벌렸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현재 대부분 중ㆍ상위권 대학은 영어 B형에 가산점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학생들은 영어 B형을 위주로 공부했고 6월 모의평가에서도 82.3%가 영어 B형을 택했지만, AㆍB형 간 수준 격차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수능에서는 다른 선택을 하는 학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영어 A형을 봤을 때 얻을 수 있는 점수만큼의 충분한 가산점을 받지 못한다면 오히려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하위권 또는 하위권 학생들은 수능에서는 전략적으로 '갈아타기'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입시업체인 '하늘교육'은 2009∼2012년 수능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영어 5등급인 학생은 대학에서 가산점을 30% 이하로 줄 경우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수능에서 A형 선택률이 이번 모의평가(17.7%)와 비슷한 20%라고 가정했을 때 5등급 학생이 A형을 선택해 받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B형을 택했을 때의 표준점수 최고점보다 27∼28점가량 높다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도 AㆍB형 간 뚜렷한 난이도 차로 영어 B형에서 너무 낮은 점수를 받으면 어려운 유형을 선택하는 이점이 줄어들기 때문에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A형 선택을 유도할지 고심 중이다.
강북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6월 모의평가 점수가 나오면 지방대나 전문대에 가려는 학생은 A형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경기도의 한 특목고 교사는 "6∼9등급 학생과 5등급 학생 일부는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진학지도 교사들도 이런 학생들은 A형으로 유도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진학지도 교사 모임인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김동춘 대표는 "현실적으로 봤을 때 영어 A형을 선택률은 40∼60%로 올라야 한다"며 "이번 모의평가를 계기로 A형으로 갈아타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예를 들어 이번 모의평가에서 B형 4등급과 A형 1등급 점수가 비슷하다고 해서 수능에서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며 "중하위권 학생들이 A형으로 몰렸을 경우는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ㆍ06ㆍ06 04: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