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사회] 노사관계 선진화 속도 낸다


등록일 2010-12-22
정보제공처 연합뉴스




올해 분규 13년來 최저…타임오프 연착륙 평가
내년엔 복수노조가 안정기조 최대변수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 지난 13년간 3차례나 시행이 유예되는 산고 끝에 올해 1월1일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우리 노사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개정 노조법에 따라 7월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금지하면서 시행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는 노사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는 노동계 일각의 우려를 깨고 비교적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내년에는 '복수노조 설립'이라는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노조의 자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이어 내년 7월부터 개별 사업장에서 조직대상을 달리하는 여러 노조를 만들 수 있어 노사관계 패러다임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노사관계 기상도 '맑음' = 올해 노사관계는 타임오프제 시행을 둘러싼 갈등이 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발생한 파업은 79건(교섭 단위)으로 전년 동기(118건)에 견줘 33.1%나 줄었다.

  

파업강도를 나타내는 근로손실일수는 8일까지 47만9천599일로 역시 작년(61만5천502일)보다 22.1% 감소했다.

  

외환위기가 촉발된 1997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파업이 78건(사업장 단위), 근로손실일수는 44만일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노사분규가 환란 이후 13년 만에 가장 적었던 셈이다.

  

반면 노사협력 선언은 11월 말 현재 3천998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49.9%나 늘었다. 노사가 한목소리를 낸 사업장이 2007년에는 749건에 불과했지만 2008년 2천558건, 지난해 2천648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타임오프 제도는 순조롭게 정착하고 있다.

  

11월 말 현재 올해 단체협약이 만료된 100인 이상 사업장 1천607곳 중 1천340곳(83.4%)이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하기로 단협을 갱신했거나 새 단협안에 잠정 합의했다.

  

1천340곳 중 법정고시 한도를 지켜 단협을 고치거나 바꾸기로 합의한 사업장은 1천307곳(97.5%)이며 한도를 초과한 업체는 33곳(2.5%)뿐이다.

  

노사 상생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노동계 내부에서 종래의 이념적ㆍ투쟁적 노동운동을 자성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일부 노조가 상급단체 주도의 정치적, 갈등 지향적 투쟁대열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이어져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22개 기업ㆍ단체 노조(조합원 합계 6천300여명)가 민주노총에서 탈퇴했다.

  

3월에는 한국노총, 민주노총에 이어 제3의 노동운동세력인 '새희망 노동연대'가 출범해 복수노조 허용을 앞둔 노동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복수노조 독인가 약인가 = 내년 노사관계 전반의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는 뭐니뭐니해도 복수노조다.

  

복수노조는 노동계와 경영계에 '기회이자 위기인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복수노조 허용이 1989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곡선?화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노조와 조직대상이 같다는 이유로 노조 결성이 금지됐던 근로자의 이익을 옹호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된다는 점도 노동계로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미 대다수 대형 사업장에는 노조가 설립돼 있어 노조 조직률의 상승폭이 제한적인 데다 '노노 갈등'이 격화해 일부 사업장에서 노사관계가 불안정해질 개연성도 작지 않다.

  

노조 간의 선명성 경쟁은 상급단체가 서로 다르고 과반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첨예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계는 복수노조 시행으로 전반적인 노무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노사관계 불안정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무노조 경영을 추구해온 사업장과 종업원 대비 조합원의 비중이 낮은 기업에는 복수노조가 큰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복수노조 허용 이후 노조 간 분열로 결집력이 떨어져 쟁의행위 발생 가능성이 작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기득권을 잃을 개연성이 있는 일부 노조와 노사관계 불안을 우려하는 경영계 일각에서는 시행유예를 주장하고 있어 실제 이 제도를 시행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정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사정이 복수노조 허용에 합의했고 단체 선택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리인 만큼 다시 유예해서는 안 된다"며 "복수노조가 기업경쟁력과 근로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는 데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내 하도급 문제도 노사관계 안정기조를 유지하려면 풀어야 할 또 다른 난제다.

  

최근 발생한 현대자동차 사내 하도급 노조의 불법 점거파업 등이 노사관계 안정을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어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12/22 05:4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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